학이 찾아낸 따뜻한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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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아산의 산과 들이 지금보다 훨씬 조용하던 때였어요. 땅속 깊은 곳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따뜻한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지요. 아직은 누구도 그 물을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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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는 아들과 단둘이 사는 어머니가 있었어요. 어머니는 한쪽 다리가 오래 아파 멀리 걷지 못했어요. 아들은 날마다 약초를 구하고 따뜻한 돌로 어머니의 다리를 덥혀 주었지요. 하지만 좀처럼 좋아지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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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 어머니는 창밖으로 날아가는 새들을 바라보았어요. “나도 저 들판까지 마음껏 걸어갈 수 있다면…….” 아들은 아무 말 없이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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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부터 어머니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어요. 하루, 이틀, 열흘…… 그리고 아주 오래 기도한 어느 밤, 꿈속에서 환한 빛과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내일 들판으로 가거라. 그리고 학을 잘 지켜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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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어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들판으로 나갔어요. 참새가 포르르 날아가고, 개구리가 폴짝 뛰었지만…… 학은 보이지 않았어요. “내가 꿈을 잘못 꾼 걸까?” 그때였어요. 후우웅— 커다란 그림자가 들판을 스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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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학 한 마리가 하늘에서 내려왔어요. 그런데 이상했어요. 툭. 절뚝. 툭. 절뚝. 학은 한쪽 다리를 제대로 딛지 못했어요. 어머니가 작게 중얼거렸어요. “너도…… 다리가 아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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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은 어머니를 보지도 않고 들판 한쪽으로 절뚝절뚝 걸어갔어요. 그러더니 풀이 듬성듬성 난 곳에서 갑자기 멈추었지요. 땅에서는 아주 희미하게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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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은 그곳에 아픈 다리를 살며시 담갔어요. 어머니가 깜짝 놀랐어요. “거긴 뜨거워 보이는데!” 하지만 학은 꼼짝하지 않았어요. 한참 뒤, 학은 날아가 버렸어요. 어머니는 김이 오르는 물을 바라보았어요. “저 물에…… 무슨 비밀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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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에도 학은 다시 찾아왔어요. 툭. 절뚝. 툭. 절뚝. 어제처럼 물에 다리를 담갔지요. 그런데 어머니는 알아차렸어요. “어제보다 조금 덜 절뚝거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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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흘째. 학이 또 나타났어요. 이번에는 한 발, 두 발…… 두 다리로 똑바로 섰어요! 학은 들판을 성큼성큼 걸었습니다. 그리고— 푸드드득! 커다란 날개를 펼쳐 하늘 높이 날아올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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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넋을 잃고 하늘을 바라보았어요. 그때 하얀 깃털 하나가 빙글, 빙글, 어머니 앞에 내려왔어요. 어머니는 깃털을 들고 학이 머물던 자리로 돌아갔어요. 그곳에서는 여전히 모락모락— 따뜻한 김이 올라오고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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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 물 때문일까?” 어머니가 물에 손을 대려는 순간, “어머니!” 뒤따라온 아들이 말렸어요. “너무 뜨거워요.” 아들은 물을 조금 떠서 알맞게 식혀 주었어요. 어머니는 조심조심 아픈 발을 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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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기운이 발끝에서부터 천천히 올라왔어요. 발목을 지나, 무릎을 지나, 온몸이 포근해졌어요. 하지만 어머니는 금세 일어서지 않았어요. “학도 사흘을 왔잖니. 우리도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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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고, 사흘째 아침이 되었어요.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발을 땅에 디뎠어요. 한 발. 그리고…… 또 한 발. 지팡이가 없어도 서 있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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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두 팔을 벌렸어요. 어머니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아들에게 걸어갔어요. “어머니!” 두 사람은 들판 한가운데서 서로를 꼭 끌어안았어요. 그 순간, 푸드드득— 하얀 학 한 마리가 두 사람 머리 위를 크게 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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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은 금세 마을에 퍼졌어요. “학이 찾은 물이래!” “땅에서 따뜻한 물이 나온대!” 사람들은 신기한 샘을 찾아왔어요. 누군가는 손을 담그고, 누군가는 지친 발을 쉬게 했어요. 차가웠던 들판 한가운데에 따뜻한 웃음소리가 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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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샘 주위에 돌을 놓고 깨끗하게 가꾸었어요. 추운 날에도 그곳에서는 모락모락— 하얀 김이 피어올랐어요. 그리고 가끔, 따뜻한 샘 위로 하얀 학 한 마리가 날아갔지요. 어머니는 그때마다 웃으며 말했어요. “저 아이가 먼저 알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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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도 몰랐어요. 그 따뜻한 샘 아래에는 훨씬 더 긴 물길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요. 산 아래로, 돌담 아래로, 넓은 들판을 지나 멀리 바다가 있는 곳까지…… 그날, 아산의 땅속에 잠들어 있던 ‘물숨’이 처음 세상 밖으로 숨을 내쉬었어요. 그리고 하얀 학은 다음 이야기가 기다리는 산 너머로 천천히 날아갔습니다.